[살생부] 환경부, 고등어는 죽이고 생선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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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산울림).

작은 생선 가게를 하는 지인이 고등어 때문에 잔뜩 독이 올랐습니다. 생선 장사 비수기는 보통 6월부터 9월.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에 벌써 비수기가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생선 가게를 찾는 발길이 줄고 매출까지 줄어드는 판국인데 ‘고등어를 구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의 27배나 된다’는 환경부 발표가 기름을 붓고 말았습니다.

fish-408536_960_720여기저기에서 ‘담배도 안 피우는 주부가 폐암에 걸리는 원인’으로 고등어 구이를 지목했고 고등어 미세먼지 농도, 고등어구이 주의보, 주부 폐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듣기만 해도 살벌한 얘기들…

고등어와 함께 볶음밥과 삼겹살, 달걀부침, 돈가스도 실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고등어구이 하나 먹자고 ‘폐암’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용감한 주부는 없겠죠.

당연히 생선 가게에서 고등어를 찾는 사람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지인은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 같은 생선들로 그나마 비수기를 견뎌내는데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얘기냐”며 분을 삭이지 않았습니다.

고등어는 갈치, 오징어와 함께 생선 가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다고 하네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환경부의 배려 없는 발표로 ‘고등어’는 가장 나쁜 생선이 됐고 이 때문에 환경부를 원망하는 소리, 영세 상인들의 앓는 소리가 커진 겁니다.

지인은 “음식에서 조리를 할 때 건강에 좋지 않은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니까 환풍기, 환기에 신경을 써라, 이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3983779321_089b4b01e2_b‘고등어’라고 딱 지목할 것이 아니라 ‘생선’이라고만 했어도…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죠. 하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존권이 달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식용유를 이용해 튀기거나 굽는 조리 과정에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체에 해로운 수준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환경부가 이렇게 발표했으면 어땠을까요?

fried-930379_960_720“밀폐된 실내에서 요리할 때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따라서 구이나 튀김 요리를 할 때는 반드시 환기구를 작동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고등어뿐만 아니라 어떤 요리를 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내 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요?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 그래서 연관된 서민들이 가장 많은 고등어와 삼겹살, 여기에 달걀부침까지 콕 짚어서 ‘주부 폐암의 주범’으로 몰아간 환경부의 배려 없는 발표가 생선가게를 하는 지인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640px-Tonkatsu_by_ayustety_in_Tokyo요즘 환경부가 미세먼지 하나로 방방 뜨고 있는데요. 뜨는 것도 좋지만 애매한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다 신중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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