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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 판매가 급증했다. 국산 모델은 상반기 2만5485대가 팔려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한 2만9145대에 근접했다. 수입차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디젤차는 7.7% 급감했지만, 하이브리드카는 57.5% 급증했다. 휘발유 모델은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산 차는 친환경 전용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니로, 수입차는 토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기아차 니로는 6월 한 달 3246대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세웠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766대, 아이오닉은 630대가 팔렸다.

오랜만에 나란히 월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한 토요타와 렉서스의 급성장을 주도한 것도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렉서스 ES300h(743대)는 수입차 베스트 셀링카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캠리와 프리우스, 라브4 등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도 많이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카의 급증은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미세먼지 논란으로 경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업계는 유가 상승, 그리고 폭스바겐의 성의 없는 대처와 계속 불거지는 조작 의혹이 경유차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어 하이브리드카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시장 비중이 큰 중형 세단 시장의 하이브리드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토요타 캠리,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여기에 쉐보레 말리부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세하면 선택의 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하이브리드카는 동급의 휘발유 세단보다 우세한 성능과 뛰어난 연료 효율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디젤차의 공백을 야금야금 메꿔가고 있는 중형 하이브리드카 세단의 장점을 알아보기 위해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달려봤다.

▲ 극심한 정체를 보인 서울외곽순환도로 중동나들목

왜 서울외곽순환도로인가

차량의 성능과 연비를 알아보기 위한 시승은 제한적인 구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행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는 도심은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고속 위주의 주행은 일상적인 성능과 연비에 큰 차이가 있다.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총연장이 127km로 다양한 교통상황이 벌어지는 곳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차량정체가 벌어지는 구간이 있고 제한 속도 내에서 시원하게 내 달릴 수 있는 곳도 있다.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를 따로 구분하고 평균값으로 표시되는 실주행 복합연비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서울외곽순환도를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했다.

▲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휴게소

장맛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날, 하늘은 청명했지만,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교통상황은 예상대로였다. 출발지와 도착지는 시흥요금소, 시원스럽게 달린 것도 잠시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조남분기점 인근부터 짧은 정체가 시작됐고 청계요금소 인근, 하남분기점에서도 부분 정체가 있었다.

구리와 의정부, 일산을 거쳐 김포요금소까지는 시원스럽게 내달렸다. 그러나 인천 계양나들목 그리고 부천 중동에서 송내나들목으로 이어지는 구간 정체는 심각했다. 늘 정체가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이날은 특히 심했다. 하지만 간헐적이고 또 긴 정체 구간이 있기는 했어도 이날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교통상황은 평소보다 비교적 원활했다.

출발지인 시흥요금소에 도착했을 때 총 주행거리는 123km였다. 운행 시간은 2시간이 걸렸다. 거리와 시간으로 계산하면 평균 50km/h의 속도로 달린 셈이다.

▲ 시흥 요금소 출발전 트립컵퓨터 재 설정

21.4km/ℓ, 매력적인 연비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한 바퀴 돈 캠리 하이브리드는 총 주행거리 123km, 평균 연비 21.4km/ℓ를 기록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표시연비는 복합 기준 16.4km/ℓ다.

캠리 하이브리드가 표시연비를 훌쩍 넘긴 것은 비교적 원활했던 교통상황과 제한속도 이내의 정속 주행이 힘을 보탠 덕분이다. 그러나 동급의 휘발유 세단이었다면 같은 조건으로 달렸어도 기록하기 힘든 연비다.

디젤차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배기량이 낮은 1.7ℓ급 디젤 엔진을 올린 모델의 표시연비는 복합 기준 17km/ℓ를 넘기 힘들다. 같은 배기량이라면 16km/ℓ 대가 보통이다.

▲ 서울외곽순환도로 123km 일주 후 21.4km/ℓ의 평균 연비를 기록한 캠리 하이브리드

하이브리카의 뛰어난 연비는 출발, 오르막길, 급가속 등 연료 소모가 많은 순간마다 전기모터가 개입해 동력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하이브리드카의 기본 원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2.5ℓ 휘발유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구동하고 전력과 연료 소비를 스스로 제어하는 에코 모드, 그리고 순수 전기모드로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넓혀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하이브리드카의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인에서 인테리어의 소재까지 철저하게 공기역학적, 그리고 환경친화적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아웃 사이드미러는 물론 라디에이터 그릴과 타이어까지 공력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되고 적용된다.

휘발유보다 더 정숙한 승차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발밑 카펫의 소음 흡수 효과가 일반적인 것보다 30% 이상 높은 소재를 사용했다. 이런 세심한 것들이 일반 휘발유 모델 이상의 정숙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 시흥요금소 출발 전

디젤 세단의 완벽한 대안 ‘하이브리드카’

디젤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디젤차 비중이 높았던 폭스바겐의 상반기 판매는 33.1%, 아우디는 10.3%가 각각 줄었다.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디젤차 증가세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디젤차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게 했고 결국은 휘발유 또는 하이브리드카로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이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하이브리드카를 디젤차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연비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점과 동급 휘발유 세단 이상의 성능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 시흥요금소 도착 후

가격 부담이 줄어든 것도 최근의 하이브리드카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쏘나타의 경우 241만 원(스마트 기준/보조금 적용 시), 캠리는 200만 원(LE 기준)가량의 가격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세제 혜택과 유지 혜택, 연비 등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아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노후 경유차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젤 상용차와 SUV 보유자가 당장 친환경 차에 관심을 보이기는 어렵지만, 연식이 오래된 디젤 세단의 대체 수요도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상황이 하이브리드카를 디젤 세단의 완벽한 대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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