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골라] 베이징 후통, 삶보다는 상술에 물든 유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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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어머니는 목청을 높이시어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밥때가 됐다는 신호였죠. 작은 골목이고 꽤 먼 거리에서 정신없이 놀고 있는데도 신기하게 어머니의 화난 목소리는 또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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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 말고는 힘껏 달리며 놀만 한 곳이 많지 않았던 그때 골목길은 최고의 놀이터였습니다. 노는 재미에 팔려 어머니의 성난 목소리가 몇 번 더 들려야 마지못해 집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죠.

땀에 절어 까맣게 땟물이 낀 메리야스는 골목길 초입에 있는 우물가에서 대강 물에 담갔다가 들어내 힘을 꽉 줘 비틀어 짜고 탁탁 털어 입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수 십 년 세월을 격랑처럼 지나 장년이 된 지금도 만나면 매번 되풀이하는 이야기가 이때의 기억입니다. 사는 이야기보다 더 신나는 얘기들이 밤새 이어지죠.

숨바꼭질하다 호두나무집 담벼락이 무너져 크게 다친 종근이, 종대나무 (비상상황에서 치는 종이 매달린 나무를 이렇게 불렀습니다)에서 떨어져 다리를 절게 된 재정이처럼 애잔한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때 그 좁은 골목길은 오래전 사라졌지만 지금도 친구들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강력한 연이 돼 주고 있습니다.

a - 1 (2)아쉽지만 골목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로등이 켜질 때까지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골목길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해장국 골목이니 생선구이 골목이니 해서 어른들의 놀판으로’특화’된 것들뿐입니다.

베이징 출장에서 잠시 짬을 내 가볼 만한 곳을 여기저기 묻다가 ‘후통(胡同)’을 소개받았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좁은 골목길이라는 얘기에 일행들과 바로 달려갔죠.

후통은 1200년대부터 이어져 온 중국의 전통 마을입니다. 한때 베이징에 6000개나 되는 후통이 있었지만, 올림픽, 재개발 이런 논리에 지금은 그 숫자가 많이 줄었고 지금도 철거를 둘러싸고 지역 거주민들과 개발업자들 간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네요.

a - 1 (5)베이징에서 후통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이 찾은 후통은 베이징에서 가장 오래된 난뤄구샹입니다. 택시나 관광지 안내 모두 후통을 물으면 이곳을 알려줬습니다. 다른 후통도 여러 곳 있지만 걸어서 스차하이와 북해공원을 갈 수 있고 천안문도 가까운 곳에 있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통의 첫인상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난뤄구샹 입구부터 관광객보다 더 많은 인력거의 호객에 시달렸고 호우하이 호수는 카페와 술집, 음식점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후통과는 멀어 보이는 첫인상을 줬습니다.

처음에 1인당 100위안을 불렀던 인력거 요금을 50원까지 흥정을 하고서야 겨우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골목길에 접어들자마자 누가 살았던 집인데 들어가서 보고 오라며 인력거를 세웁니다.

1인당 40위안, 옛날 생각 좀 하자고, 중국 골목길 정취나 좀 즐기자고 왔는데 ‘영업’에 매진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들어 거부를 했습니다.

a - 1 (10)동네 어린아이는 한 명도 볼 수 었없습니다. 수 없이 지나가는 인력거, 높은 담장, 포장된 도로, 창문마다 보안 창살이 설치된 삭막한 풍경이 계속 이어집니다.

인터넷에 소개된 수많은 후통의 얘기들과 다르게 베이징 서민들의 이야기, 생활 이런 것들을 곁들인 삶의 현장… 글쎄요, 제 감정이 너무 메말라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팁을 주지 않는다고 인력거를 세우고 걸어가라는 상술까지 겹쳐 불쾌함만 남았습니다.

명물이라는 북경 자장면도 웬만한 비위로는 먹기가 힘들 겁니다. 호우아이 호수를 따라 형성된 음식점과 카페, 찻집은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안에서 보이는 밖의 풍경이 멋스럽고 호수를 끼고 있는 저택은 중국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합니다.

꽁왕푸를 비롯해 궈모루와 쑹칭링의 저택도 여기 어디에 있다는데 뭘 하던 사람인지 또 중국 전통 가옥도 매번 비슷해서 직접 알아보지도 들어가 보지도 않았습니다.

a - 1베이징에서 사는 한국인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중국 서민들의 진짜 삶이 살아 있는 후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주말이면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이 넘쳐나고 밤이면 도시보다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하다. 그나마 정리가 잘 된 우다오잉 후통을 찾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난뤄구샹에서 택시로 20여 분을 가면 나오는 우다오잉 후통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있고 눈길이 가는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게, 맛집 등이 우리 정서에 더 맞는다는 건데요. 하지만 어느 곳이든 우리 북촌, 어릴 적 골목길을 생각하면 실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 개인적 취향에 따라 감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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